반도체 장벽 앞에서 AI에 모든 것을 건 중국, 시진핑의 새로운 승부수
미국과의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중국 증시와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극적인 반등은 없었고,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혹자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 압박에 발목이 잡혀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4중전회'에서 공개된 중국의 새로운 5개년 경제 계획은, 그들이 정면 대결을 피하는 대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판을 새로 짜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미국의 허를 찌르려는 시진핑 주석의 거대한 승부수입니다.
전략의 대전환: '기술 혁신'에서 '산업 현대화'로
이번 5개년 계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5년간 1순위였던 '과학기술 혁신'이 2순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현대화 산업 시스템 구축'이 차지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제재로 최첨단 칩 확보가 어려워진 현실을 인정하고,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과거의 '과학기술 혁신'이 미국의 엔비디아처럼 원천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로운 목표인 '현대화 산업 시스템 구축'은 이미 가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실제 산업과 제품에 빠르게 적용하는 '상용화'에 방점을 둡니다.
"최고의 엔진(반도체)을 만들 수 없다면, 일단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디바이스)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실용주의적 노선입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기업의 수익 창출, R&D 재투자,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식 AI 전략의 핵심, AIoT (사물지능, AI + IoT)입니다.
미국과 다른 길: 중국의 AIoT, 내수와 고용을 겨냥하다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은 이제 뚜렷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 ✓ 미국: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집중합니다. 이는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접근법으로,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 중국: AI 기술을 일상의 사물과 기기에 접목하는 AIoT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AI 글래스, 로보택시, 스마트 가전 등 새로운 제품을 대중화시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의 전략입니다. 이 접근법은 새로운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와 고용을 유발하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 전략을 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공동 부유' 기조를 완화하는 등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습니다. 첨단 칩이 부족한 상황을 역이용해, 오히려 자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영리한 포석입니다.
일상으로 파고드는 AI: 거대한 실험장의 구체적 모습
중국의 AIoT 전략은 이미 구체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1. AI 글래스: 알리바바의 생태계가 안경 속으로
알리바바가 출시한 AI 글래스 '쿼크(Quark)'는 중국의 AI 상용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실 세계에 디지털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탑재한 이 기기는 알리바바의 강력한 서비스 생태계와 결합됩니다.
- ✓ 내비게이션(AMAP): 눈앞에 펼쳐지는 길 안내
- ✓ 쇼핑: 제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격과 스펙 정보 확인
- ✓ 결제(알리페이): QR코드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간편 결제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특정 기능에 최적화된 전용 AI 칩(ASIC)이 있으며, 중국의 팹리스 기업 **베리실리콘(VeriSilicon)**과 같은 회사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 로보택시: 100개 도시를 향한 질주
현재 약 20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로보택시는 향후 5년 내 100개 도시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익 구조입니다. 로보택시 운행 수익의 약 50%는 차량 제조사가 아닌,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급업체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휴머노이드: 제조업 현장을 혁신하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달리 제조업 현장 투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 기업인 유비테크(UBTECH)의 로봇은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교체하는 기능을 탑재해 24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합니다. 완제품 수출의 규제 장벽을 고려할 때, 액추에이터, 모터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양쪽에서 수혜를 입으며 더 큰 성장이 기대됩니다.
경제 난관 속 AI,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경제는 전통 산업의 심각한 과잉 공급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내권(反內卷, 출혈경쟁 방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강력한 수요 부양책이 부재해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을 대체할 새로운 '부의 효과' 창출 수단으로 주식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부 자금의 ETF 매입, 국유 기업에 대한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압박 등 이른바 '중국판 밸류업' 정책을 통해 증시를 부양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신뢰를 더하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 연준(Fed)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공식 경제 데이터가 과거의 비정상적인 안정성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변동성을 보이며 신뢰도가 개선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자본 시장의 기준에 스스로를 맞춰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 느리지만 거대한 전환, 중국의 AI 실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은 지금 당장의 기술적 열세를 인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리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최첨단 반도체를 놓고 미국과 소모적인 정면 대결을 벌이는 대신, 자국의 압도적인 제조 능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활용해 AI 기술을 일상에 뿌리내리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는 '느리지만 거대한 전환'입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는 AI 기술이 적용된 산업과 그렇지 않은 전통 산업 간의 양극화(디커플링)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미국이 AI의 가장 똑똑한 '두뇌'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AI가 활동할 수 있는 수많은 '몸과 신경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조용하고도 거대한 실험이 향후 글로벌 기술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지, 우리는 이 중국 AI 실험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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